
드라마 ‘잔혹한 인턴’은 오랜 경력단절 끝에 다시 사회에 복귀한 한 여성의 이야기로, 현실 직장 문화의 민낯을 신랄하게 드러낸 화제작입니다. 육아와 가사로 커리어를 중단했던 ‘인턴’이 다시 조직으로 돌아오면서 겪는 갈등, 경쟁, 감정의 소용돌이는 많은 직장인, 특히 워킹맘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이 작품이 전달하는 복직 후 현실, 조직 내 경쟁 구도, 감정선 중심의 서사 구조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복직 후 마주한 잔혹한 현실
‘잔혹한 인턴’의 주인공 ‘임지수’는 육아로 인한 긴 공백 끝에 한때 몸담았던 회사로 복귀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능력 있는 팀장이었지만, 복직 후 그는 신입 인턴이라는 낯선 위치에서 다시 시작해야만 하죠. 이 설정 자체가 이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실제 사회에서도 육아 후 복직하는 여성들이 겪는 문제는 복잡합니다. 단지 ‘다시 일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커리어를 인정받지 못하고 낮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현실이 존재하죠. 드라마는 이 부분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경력단절 여성의 복귀가 얼마나 어렵고 외로운 싸움인지를 보여줍니다. 임지수는 젊은 사원들 사이에서 연령 차이와 경험의 단절로 소외감을 느끼고, 동료들은 그녀를 불편한 존재로 받아들입니다. 또한 육아 경험이 ‘커리어 공백’으로만 평가되며, 조직은 그녀를 감정적으로도 ‘불편한 변수’로 간주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현실 속 복직자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투영합니다. 이 드라마는 인턴십이라는 제도를 통해 ‘기회의 장’이 아닌 ‘선별과 탈락의 시험장’이 되어버린 직장 구조를 고발하며, 현실의 복직 문화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조직 안의 치열한 경쟁과 선택의 기로
‘잔혹한 인턴’은 단지 한 사람의 복귀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조직 내부의 냉혹한 경쟁 구조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회사는 복직자와 신입 인턴들 사이에서 정규직 전환이라는 단 하나의 기회를 제시하고, 이는 조직 내 갈등의 불씨가 됩니다. 임지수는 ‘인턴’이면서도 뛰어난 실무 능력을 보여주며 상사들의 기대를 받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동료 인턴들과의 관계는 점차 악화되죠. 이 장면들은 단지 경쟁 구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인간관계와 감정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립니다. 특히 ‘성공을 위한 수단과 감정의 균형’이라는 주제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합니다. 임지수는 다시 커리어를 잡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이 과정은 시청자에게도 깊은 윤리적 질문을 던지죠. “과연 나는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이 드라마가 돋보이는 지점은, 조직 내 권력 구조와 경쟁의 복잡성을 단순한 선악 구도로 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각 인물은 나름의 사정과 생존의 이유가 있으며, 이로 인해 드라마는 입체적인 인간 군상극으로 확장됩니다.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서사
‘잔혹한 인턴’은 복귀, 경쟁, 성공이라는 구조적 주제를 다루지만, 그 이면에는 인물 개개인의 감정선이 매우 세밀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중년 여성의 불안, 자존심, 소외감, 그리고 존재 증명에 대한 욕망은 이 드라마를 단순한 직장극이 아닌 감정 드라마로 만들어줍니다. 임지수는 가족을 위해 오랜 시간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살아온 인물입니다. 복직 후 겪는 무시, 냉소, 오해는 그녀의 자존심을 무너뜨리지만, 동시에 그녀의 의지를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단지 그녀의 성공이 아닌, 감정의 회복과 성장에 감정 이입하게 됩니다. 또한, 드라마는 감정을 쉽게 소비하지 않습니다. 갈등은 단순한 고조나 폭발이 아니라, 축적되고 쌓이는 감정의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인물의 변화가 매우 설득력 있게 전달됩니다. 감정을 억누르다가 터뜨리는 장면, 말 한마디 없이 눈물짓는 순간 등이 인상적으로 연출되어 있으며, 시청자에게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처럼 감정선이 치밀하게 설계된 구조는 단순한 직장인의 고군분투를 넘어서 삶 전체를 건 드라마틱한 서사로 확장되며, 공감대를 깊게 형성합니다.
‘잔혹한 인턴’은 단지 인턴 제도의 모순을 꼬집는 작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경력단절, 조직 내 경쟁, 인간의 감정과 관계라는 모든 직장인이 마주하는 씁쓸한 진실을 담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각 인물의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한 이 작품은, 공감과 불편함을 동시에 주며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사회복귀를 고민하거나, 직장에서 자리를 다시 찾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이 드라마는 반드시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